LESSON 005 / 101 명왕누대 · 약 45억 년 전

마그마 바다와 지구의 층 나누기— 지진파로 확인한 핵·맨틀·지각

우리가 뚫어 본 가장 깊은 구멍은 12km입니다. 지구 중심까지의 0.2%도 못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구 속을 압니다.

12.262 km
콜라 시추공의
도달 깊이
6,378 km
적도 반지름
근삿값
2,900 km
맨틀과 핵의 경계
지표에서의 깊이
약 5,400℃
내핵의 온도
태양 표면과 비슷
Q.
오늘의 질문

지구의 적도 반지름은 약 6,378km입니다. 인류가 뚫어 본 가장 깊은 구멍은 12.262km입니다. 지구가 사과라면 껍질도 다 못 벗긴 셈입니다.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지구 깊은 내부를,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을까요?

원시 지구에는 넓은 마그마 바다가 있었다THE MAGMA OCEAN

지금 지구는 층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지구의 재료가 모이는 동안 가열과 물질 분리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재료 천체 가운데에는 이미 분화를 겪은 것도 있었습니다.

원시 지구의 넓은 용융 영역을 표현한 AI 재구성. 전 지구가 동시에 녹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시 지구의 넓은 용융 영역을 표현한 AI 재구성. 전 지구가 동시에 녹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구의 일부 또는 넓은 영역을 녹인 열원과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충돌 미행성이 끊임없이 부딪혔습니다. 부딪힐 때마다 운동에너지가 열로 바뀝니다. 특히 달을 만든 거대 충돌(004)은 지구 표면을 통째로 녹일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2. 방사성 붕괴 지금보다 방사성 원소가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반감기가 짧은 핵종이 초기에 몰아서 열을 냈습니다. 초기부터 있던 짧은 반감기의 핵종은 시간이 지나며 대부분 붕괴했습니다.
  3. 압축 물질이 중심으로 몰리면 눌리면서 데워집니다.

그 결과 표면에서 상당한 깊이까지 녹은 마그마 바다가 생겼습니다.

무거운 것은 가라앉는다THE IRON SINKS

여기서 결정적인 일이 일어납니다. 물질이 이동할 수 있으면 밀도 차이가 분리를 돕습니다.

용융체 속 금속의 분리·합체를 표현한 비축척 AI 재구성. 실제 내부 촬영이나 입자 크기 측정 자료가 아닙니다.
용융체 속 금속의 분리·합체를 표현한 비축척 AI 재구성. 실제 내부 촬영이나 입자 크기 측정 자료가 아닙니다.

섞여 있던 물질이 액체가 되자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벼운 것은 위로 움직일 수 있게 됐습니다. 용융은 이러한 분리를 촉진하지만, 지구 전체가 동시에 완전히 녹아야만 모든 분리가 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 과정을 분화라고 합니다.

철 재앙 — 녹으면 더 녹는다

철이 중심으로 가라앉으면 위치에너지가 열로 바뀝니다. 높은 곳의 물체가 떨어지면서 열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지구가 더 뜨거워집니다. 더 뜨거워지면 더 많이 녹고, 더 많이 녹으면 철이 더 잘 가라앉습니다. 스스로를 가속하는 되먹임입니다.

이 폭주 과정을 철 재앙이라고 부릅니다. 재앙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이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지구도 없습니다.

분화는 지구만의 일이 아닙니다. 달·화성·수성도 모두 겪었습니다. 한편 충분한 가열과 분화를 겪지 않은 물질도 남았습니다. 작은 천체도 형성 시기와 방사성 열원에 따라 분화할 수 있으므로 크기만으로 분화 여부를 정하지 않습니다. 지구의 나이를 잰 그 운석들(001)이 바로 그런 원시 물질입니다.

분화는 이후 변화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철이 중심에 모였기 때문에 → 액체 외핵이 대류하며 지구 자기장을 만듭니다.

가벼운 규산염이 겉에 남았기 때문에 → 딱딱한 껍질이 생겼고, 훗날 그것이 조각나 판구조 운동이 됐습니다(016).

가벼운 기체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왔기 때문에 → 원시 대기와 바다가 만들어졌습니다.

핵 형성과 맨틀·지각의 변화는 지구가 성장하고 냉각하는 동안 이어졌습니다. 대기·바다·자기장·판구조의 역사를 단 한 번의 분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지구는 이렇게 생겼다THE LAYERS

층두께 · 크기상태주 성분
지각육지 평균 약 30 km고체규산염 암석
맨틀약 2,900 km고체 — 아주 느리게 흐름규산염
외핵약 2,300 km액체철·니켈
내핵반지름 약 1,221 km고체철·니켈

내핵의 온도는 약 5,400℃로 추정됩니다. 태양 표면과 비슷한 온도입니다.

현재 지구의 층 구조를 표현한 AI 단면 재구성. 색·질감·크기는 설명용이며, 맨틀은 대부분 고체입니다.
현재 지구의 층 구조를 표현한 AI 단면 재구성. 색·질감·크기는 설명용이며, 맨틀은 대부분 고체입니다.
고체 규산염 암석 질감의 AI 재구성. 직접 촬영한 맨틀 내부나 특정 채집 시료가 아닙니다.
고체 규산염 암석 질감의 AI 재구성. 직접 촬영한 맨틀 내부나 특정 채집 시료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 더 뜨거운데 왜 고체인가

내핵은 외핵보다 더 안쪽이고 더 뜨겁습니다. 그런데 외핵은 액체이고 내핵은 고체입니다. 거꾸로 아닌가요?

답은 압력입니다. 핵의 철 합금은 압력이 높아지면 녹는점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물질에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은 아닙니다. 내핵은 온도가 높지만 녹는점은 그보다 더 높은 상태라 고체로 버팁니다.

017에서 해령의 맨틀이 "압력이 풀려서 녹는다"고 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를 반대 방향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아무도 못 가 봤는데 어떻게 아나HOW WE KNOW

인류가 뚫은 가장 깊은 구멍은 러시아의 콜라 초심층 시추공입니다. 1989년에 12,262 m에 도달했고, 수직 시추 깊이의 대표적인 기록입니다.

지진 관측 장비의 AI 재구성. 특정 실제 관측소 사진이 아니며, 도착 시간과 파동의 차이로 내부를 해석합니다.
지진 관측 장비의 AI 재구성. 특정 실제 관측소 사진이 아니며, 도착 시간과 파동의 차이로 내부를 해석합니다.

지구 반지름의 0.2%입니다. 지각도 다 못 뚫었습니다.

그러니 지구 속은 파서 알아낸 것이 아닙니다. 답은 지진파입니다.

두 종류의 파,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

왜 S파는 액체를 못 지나갈까요? 횡파가 전달되려면 매질이 옆으로 밀렸을 때 되돌아오려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고체는 옆으로 밀면 버티다가 되돌아옵니다. 액체는 옆으로 밀면 그냥 흘러 버립니다. 되돌릴 힘이 없으니 파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림자대가 답을 줬다

큰 지진이 나면 전 세계 관측소가 파를 받습니다. 그런데 어떤 위치에서는 와야 할 파가 오지 않습니다.

  1. S파의 그림자 진앙에서 각거리 약 103°를 넘으면 직접 오는 S파가 아예 없습니다. S파는 액체를 못 지나가므로, 이것은 가는 길에 액체가 있다는 뜻입니다.
  2. P파의 그림자 각거리 104°~140° 구간에는 직접 P파가 도착하지 않습니다. P파는 액체를 통과할 수 있지만, 성질이 다른 층에 들어가면서 크게 꺾입니다(굴절). 그 바람에 이 구간을 건너뛰고 지나가 버립니다.
  3. 크기를 계산한다 그림자대가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를 알면 역으로 핵의 크기와 깊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온 값이 지표에서 약 2,900 km입니다.

지구를 자르지 않고 지구 안을 그린 것입니다. 016에서 지진의 진원 분포가 내려가는 판의 모양을 그려 준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잉에 레만이 하나를 더 찾았다

1936년, 덴마크의 지진학자 잉에 레만이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P파 그림자대는 직접 P파가 도착하지 않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반사·굴절 경로를 검토해야 할 약한 신호가 잡혔습니다.

그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액체 핵 안쪽에 파가 더 빠르게 지나가는 무언가가 있고, 거기서 반사·굴절된 파가 그림자대까지 돌아 들어온 것이라고.

곧 액체 외핵 안에 고체 내핵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후 관측과 모형이 정교해졌으며, 오늘날 내핵 반지름은 약 1,221 km로 설명합니다.

약한 신호를 버리지 않았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입니다. 레만은 전 세계에서 온 지진 기록을 카드에 정리해 손으로 분류하고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발견의 열쇠는 계산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자리에 뭔가 있다"는 사실을 잡음으로 넘기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측정에서 설명되지 않는 작은 값은 대개 오차로 처리됩니다. 그것을 오차로 볼지 신호로 볼지를 가르는 판단이, 때때로 새로운 층 하나를 발견하게 합니다.

같은 지구를 두 가지로 자를 수 있다TWO WAYS TO SLICE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지점을 정리하겠습니다.

위의 표는 화학 조성으로 나눈 것입니다 — 규산염이냐 철이냐. 그런데 016에서 "판은 지각이 아니라 암석권"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쓴 구분은 단단한 정도로 나눈 것입니다.

기준구분무엇을 묻는가
화학 조성 지각 · 맨틀 · 외핵 · 내핵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역학적 성질 암석권 · 연약권 · 중간권 · 외핵 · 내핵 얼마나 단단하고 어떻게 움직이나

암석권은 지각 + 상부 맨틀의 딱딱한 부분입니다. 즉 두 구분의 경계선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지구가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를 물으면 앞의 구분을, 지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물으면 뒤의 구분을 씁니다. 하나의 대상을 질문에 따라 다르게 자르는 것은 과학에서 흔한 일입니다.

교육과정 연계CURRICULUM

과목·영역이 레슨과의 연결성취기준
중학교 과학 — 지권의 변화 지권의 층상 구조와 각 층의 특징. 이 레슨의 뼈대 그 자체 [9과09-01]
통합과학1 — 물질과 규칙성 지각과 맨틀을 이루는 규산염 광물. 왜 가벼운 규산염이 위로 떴는가 [10통과1-02-05]
지구시스템과학 — 지구시스템의 형성 P파·S파의 성질과 그림자대. 지진파로 내부 구조를 알아내는 과정 전체 [12지시01-05]
지구시스템과학 — 지구시스템의 형성 마그마 바다와 분화가 지권·기권·수권의 출발점이 되는 과정 [12지시01-01]

심화 & 사고력 포인트GOING DEEPER

교과서를 넘어서는 지점

이 회차가 길러 주는 사고력

관련 영상VIDEO

117.53초 · 대성 Pro 한국어 음성 · 자막 포함. 이미지 6종은 자체 생성한 과학 재구성이며 실제 내부 촬영·관측소 사진이 아닙니다. 단면은 비축척 설명용입니다. 장면 3·5·7의 개념도는 직접 제작한 설명용 모형입니다. 음성: NAVER CLOVA Dubbing. 배경음악 없음.

생각해보기THINK ABOUT IT

Q1

지구 내부 구조는 파가 도착하지 않는 영역에서 알아냈습니다. 즉 "없다"는 관측이 정보가 된 것입니다. 다른 과학 분야에서 없음이 증거가 된 사례를 찾아보고, 016의 청색편암 문제와는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세요.

Q2

레만은 아무 신호도 없어야 할 자리에서 약한 신호를 발견했고, 그것을 오차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실험에서 설명되지 않는 작은 값을 얻었다면, 그것이 오차인지 발견인지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판단 기준을 세워 보세요.

Q3

금속과 규산염의 분리는 가열·물질의 이동성·시간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크기만으로 분화 여부를 단정하지 말고, 핵 형성이 자기장과 이후 지구의 변화에 주는 조건을 하나씩 연결해 보세요.

정리 퀴즈QUIZ

참고 자료REFERENCES

이 글은 위 자료들을 확인해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특정 저작물의 문장을 옮기거나 요약하지 않았습니다. 링크가 걸린 항목은 작성 시점에 접속을 확인한 자료입니다.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