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언제부터 지금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추정이 32억 년 폭으로 벌어져 있습니다.
지구의 겉껍질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서로 움직입니다. 이 운동이 지형과 지진과 화산을, 나아가 기후까지 만듭니다.
그런데 이 운동은 지구가 생기자마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어느 시점엔가 켜졌습니다. 언제였을까요? 그리고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지구의 겉껍질은 딱딱한 조각 약 12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조각들이 그 아래의 무른 층 위에서 미끄러집니다.
"지각이 곧 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닙니다.
판은 지각 + 상부 맨틀의 딱딱한 부분을 합친 것입니다. 이것을 암석권이라고 합니다. 그 아래에는 무르고 잘 흐르는 연약권이 있고, 판은 그 위를 떠다닙니다.
즉 갈라지는 경계는 지각의 바닥이 아니라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이동 속도는 연간 몇 cm입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쯤 됩니다. 사람의 시간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1억 년이면 수천 km입니다.
판이 서로 만나는 방식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멀어지거나, 부딪히거나, 스쳐 지나가거나입니다. 이 셋이 지구의 지형과 지진과 화산을 거의 다 설명합니다.
화산이 어느 경계에서 어떻게 다르게 터지는지는 017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여기서는 지진 쪽을 봅니다.
판구조론이 받아들여지는 데 결정적이었던 증거 하나가 지진의 깊이 분포입니다.
지진은 지각과 상부 맨틀에서 일어나며, 가장 깊은 것이 지표에서 약 800km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깊은 지진이 아무 데서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섭입대에서 진원의 위치를 찍어 보면 놀라운 그림이 나옵니다. 해구에서 대륙 쪽으로 갈수록 진원이 점점 깊어지면서 비스듬한 면을 이룹니다. 이것을 베니오프대라고 부릅니다.
이 기울어진 면은 곧 내려가고 있는 판 그 자체입니다. 아무도 땅속을 볼 수 없지만, 지진이 판의 모양을 대신 그려 준 것입니다.
보통은 깊을수록 뜨겁고 물러서 부서지지 않고 천천히 흐릅니다. 지진은 부서질 때 나는 것이라 깊은 곳에서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섭입하는 판만 예외입니다. 차가운 채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주변 맨틀보다 차가워서 딱딱함을 유지하고, 그래서 깊이 700km까지도 부서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두 판이 맞닿아 미끄러지는 접촉면 자체는 약 60km까지만 활동합니다. 그보다 깊은 지진은 슬랩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지구는 45억 4천만 년 됐습니다(001). 판구조 운동도 그만큼 오래됐을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초기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방사성 원소가 더 많이 남아 있었고, 형성 당시의 열도 아직 빠져나가는 중이었습니다.
뜨거우면 지각이 얇고 물러집니다. 물렁한 껍질은 뻣뻣한 판으로 갈라져 미끄러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 지구는 조각나지 않은 하나의 뚜껑에 덮여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금성이 그런 상태로 보입니다. 크기와 재료가 지구와 비슷한데 판 경계라 부를 만한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판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 주는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남는 것은 "섭입이 있어야만 만들어지는 암석"을 찾는 간접적인 길입니다.
이 증거들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연구자는 42억 년 전, 곧 지구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됐다고 봅니다. 어떤 연구자는 10억 년 전, 지구 역사의 4분의 3이 지난 뒤에야 켜졌다고 봅니다. 그 사이가 32억 년입니다.
한 학술회의에서는 참가자 65명 중 45명이 "약 30억 년 전"에 손을 들었습니다. 과학은 투표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렇게라도 의견을 모아 봐야 했다는 사실이 이 문제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 시대의 암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구는 자기 기록을 스스로 지웁니다(001).
둘째, 여기가 핵심인데 — 청색편암이 아주 오래된 암석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가) 그때는 섭입이 없었다.
(나) 섭입은 있었지만 지구가 너무 뜨거워서 청색편암이 만들어질 조건이 아니었다.
같은 "없음"이 정반대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증거가 없는 것과 없었다는 증거는 다릅니다. 과학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종류의 문제입니다.
셋째, "판구조 운동"을 무엇이라 부를지부터 합의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전 지구적으로 꾸준히 도는 것만 인정할지, 일부 지역에서 켜졌다 꺼졌다 한 것도 포함할지에 따라 시점이 달라집니다.
최근 연구들은 늦어도 약 35억 년 전에는 어떤 형태로든 판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증거를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오늘날과 같은 방식이었는지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판구조 운동은 지질학 안의 한 주제가 아닙니다.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인 이유 그 자체입니다.
금성은 지구와 크기도 재료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판구조 운동이 없고, 이산화탄소를 도로 집어넣을 길도 없어 대기가 폭주 온실이 되었습니다. 표면 온도가 460℃가 넘습니다.
그래서 "판구조 운동은 언제 시작됐나"는 사실 "지구는 언제부터 지금의 지구가 되었나"와 같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그 답을 모릅니다.
| 과목·영역 | 이 레슨과의 연결 | 성취기준 |
|---|---|---|
| 중학교 과학 — 지권의 변화 | 대륙이동설과 판 경계. 지진 분포를 판의 경계와 관련지어 읽는 훈련 | [9과09-05] |
| 통합과학1 — 시스템과 상호작용 | 지권의 변화를 판구조론 관점에서 해석. 판 운동이 지구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 | [10통과1-03-02] |
| 지구과학 — 지구의 역사 | 변성작용과 변동대의 관계. 청색편암·초고압 변성대가 왜 섭입의 증거가 되는가 | [12지구02-04] |
| 지구시스템과학 — 지구시스템의 형성 | 판구조론의 발달사. 관측 기기의 발달과 함께 이론이 정립되어 온 과정 | [12지시01-03] |
| 지구시스템과학 — 지구시스템의 형성 | 탄소 순환을 통한 지권·수권·기권의 상호작용. 판 운동이 기후 조절기가 되는 원리 | [12지시01-02] |
영상 준비 중입니다
기획안 — 「지구의 껍질은 언제 조각났을까」
아주 오래된 암석에서 청색편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섭입이 없었다"는 뜻일 수도, "조건이 달라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인지 가려내려면 어떤 증거를 더 찾아야 할까요?
같은 자료를 두고 어떤 연구자는 42억 년 전, 어떤 연구자는 10억 년 전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인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아직 모른다"를 답으로 인정하는 것과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지구와 금성은 크기도 재료도 비슷한데 한쪽에만 판구조 운동이 있습니다. 만약 지구에도 판구조 운동이 끝내 켜지지 않았다면 지금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요? 바다·대륙·대기·생명 순서로 하나씩 짚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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